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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고문04

지속 가능한 세계, 예술적 가능성김안나광주과학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팬데믹 넘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

지난 1년의 시간은 전 세계적으로 극적인 영향을 끼쳤다. 팬데믹은 전례 없는 사회-경제적 폐쇄를 초래했으며 그 여파는 아직 진행형이므로 앞으로의 영 향력도 정확히 가늠하기 불가능하다. Covid-19 감염의 속도와 도달 범위는 세계 화(globalization)의 성공적인 구현을 아이러니하게 증명하였다. 또한 최근 변종 바이러스가 급증하면서 우리는 불안감에
다시 한번 휩싸이고 있으나 이 계속되 는 '불확실성'의 기간 동안, 점점 더 명백해지는 것은 ‘변화가 영구적일 것’이라 는 사실이다.

보통 우리가 인생의 중년기에 어떠한 건강 문제를 경험하게 되면 인생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일어난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고찰은 그동안의 건강하지 못했던 생활방식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일종의 정신적인 티 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에 도달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다.

아마도 비슷하게, 우리는 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사건에서 두 가지 생태철학적(Ecosophical) 의미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우 리는 완전히, 그리고 절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그리고 국경을 초월해 전파됐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생 원인이 종 간 전파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지구 생태계는 복잡하게 상호 연결되 어 있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둘째는 셧다운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 한 일상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사회적 성찰과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재해 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자기반성적인(self-reflective) 입장은 지난 몇 년 동안만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의 현 상황의 여러 측면과 관련이 있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기 후변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화학자인 폴 크뤼천(Paul J Crutzen)이 2000년 제안한 용어 ‘인류세(Anthropocene)’는 지구의 지질과 생태계에 인간이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점부터의 지질학적 시대를 말한다.

인류세의 시작 날짜뿐만 아니라 용어의 적절성이 계속 논쟁의 현장이 되 고 있는 가운데, 인류가 환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과 중대한 변화를 되돌 리기 위한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현재 인류의 진로에 대한 이러한 재평가는 미술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 ‘지속가능한 미술 관, 미술과 환경’은 인간이 생태 환경의 변화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해결에는 인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는 인류세적 세계관 속에서 출발한다. 혁신적 실천 방안을 고민한 이 전시를 위해 작품의 제 작, 포장, 운송, 설치, 철거 등 전시 전반에 이르는 모든 활동은 친환경 실천 방 안에 따라 진행되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을 위해 전시 폐기물의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고벽을 사용하지 않았고 페인트와 시트지의 사용을 제한하였으며, 홍보 인쇄물 또한 이면지를 활용하였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은 인공지능(AI) 시 대 기술과 예술 그리고 환경문제를 융합한 스토리텔링 작품을 이번 전시에 선보이고 있다.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는 해양 오염의 심각성, 특히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자 연 언어 생성 인공지능을 사용해 관객을 미래 해양환경 문제의 해결사로 만들어주는 참여성 인터렉션 스토리텔링 작품으로 시민 개개인과 바다의 공감대 회복을 시도한다.

작품에 다가가면 관객들은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도록 요청받는다. 그러면 이미지 캡셔닝(image captioning) 프로세스는 기계 학 습 모델을 통해 그림을 설명하는 문장을 생성하고, OpenAI가 개발한 또 다 른 자연어 딥러닝 모델인 GPT-3를 통해 관객을 공상과학 소설적 내러티브 의 주인공으로 배정해 스토리를 제작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각 인풋(input), 즉 관객에 따라 작성되는 스토리는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되어 가상 환경에 존재하는 신화적 캐릭터가 이를 들 려준다.

한국 전통 신화에는 용신할머니, 용궁애기씨, 용궁부인, 용왕부인, 용 태부인 등이 등장하는데 용신들은 물을 다스린다. 가상 해양 환경에 존재하 는 캐릭터 ‘용궁부인’은 작품의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 등장하는데 먼저 가상환경은 건강하고 해양생물이 번성하는 수중환경에서 시작되지만 해양 생태계는 서서히 악화된다. ‘용궁부인’은 결국 쓰레기 더미 위에 앉아 고통 받는 동물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인공지능이 제작한 이야기를 관 객들에게 직접 들려준다.

‘물은 기억한다’는 관객 개개인을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 문제를 해결하는 발명가로 설정하고 생태철학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의 운명을 형성할 수 있으며, 따라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갈수 있는 주권자(sovereign agent)로 그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사용을 통한 무한 적인 생성력은 철학자 질 들뢰즈 (Gilles Deleuze)가 말한 무한한 잠재성을 생각하게 한다. 들뢰즈는 예술적 가능성이 미래 지향적이라 주장하였는데 이것은 예술이 본질적으로 아직 창조되지 않은 사람(관객, 시민, 무리)들을 위한 것이란 경향 때문이다; “The people are missing,” “or not yet” (Deleuze 1989, p.216).

따라서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와 전지구적 생태계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세계관, 즉 현대과학기술에만 입각한 근대적 세계관을 넘어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생태철학적 담론'을 예술적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광주광역시와 광주문화재단은 오는 10월 7~8일 전일빌딩245에서 ‘회복가능한 도시 : 지속가능성에서 메타버스까지’를 주제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다양한 예술적, 실천적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 지구적인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융합을 통한 예술의 역할로서 그 일을 해낼 주체성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희망해본다.